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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7일 CGV 단독 개봉을 확정한 오컬트 호러 「신사: 악귀의 속삭임」이 이번 여름 극장가에서 꽤 독특한 위치를 차지할 것 같습니다. 저도 처음 소식을 접했을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는데, 알면 알수록 단순한 오컬트 영화와는 결이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K-무속과 J-호러가 만나는 지점
요즘 오컬트 영화들을 보면 무속인, 굿판, 빙의라는 삼각 구도가 거의 공식처럼 반복됩니다. 저는 평소 공포 영화를 꽤 즐기는 편인데, 솔직히 최근 2~3년 사이에는 새 작품을 보러 가면서도 "이번엔 또 어떤 방식으로 귀신이 나오려나" 하는 피로감이 먼저 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배경 자체가 다릅니다. 무대가 일본 고베의 폐신사입니다.
여기서 미장센(mise-en-scène)이라는 개념이 중요합니다. 미장센이란 카메라에 담기는 화면 속 모든 시각적 요소, 즉 공간, 조명, 배우의 위치, 소품까지를 의도적으로 배치하는 연출 방식을 말합니다. 저는 공포 영화에서 갑작스러운 점프 스케어보다 공간이 주는 심리적 압박을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폐신사라는 실존 공간의 미장센은 어떤 세트장도 흉내 낼 수 없는 무게를 지닙니다. 실제로 촬영에 활용된 장소들은 인위적으로 조성된 세트가 아니라 일본의 폐터널, 산길, 폐가를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세월이 쌓인 공간에는 조명이나 분장으로 만들 수 없는 서늘함이 있습니다.
연출을 맡은 구마키리 가즈요시 감독은 일본 영화계에서 인간 심리의 밑바닥을 파고드는 작품으로 자신만의 색깔을 쌓아온 감독입니다.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자주 언급되는 것이 바로 폐쇄 공간 연출과 축축한 심리 묘사입니다. 여기서 폐쇄 공간 연출이란 물리적으로 탈출이 어렵거나 정서적으로 고립된 공간을 통해 등장인물과 관객 모두에게 심리적 압박을 극대화하는 기법입니다. 한국 감독이 한국 무속을 다루면 어느 정도의 익숙함이 생기기 마련인데, 외부인의 시선으로 재해석된 무속은 얼마나 더 낯설고 기괴하게 뒤틀려 있을지, 이 부분이 제가 가장 궁금한 지점입니다.
이 작품의 차별화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일본 폐신사, 폐터널, 산길 등 실존 장소 로케이션 촬영
- 한국 무속과 일본 신사 문화의 이질적 결합
- J-호러 계보의 감독이 K-무속을 해석하는 외부인 시각
- 제77회 칸 영화제 필름마켓 및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공식 소개
칸 영화제 필름마켓(Film Market)이란 영화제 기간에 병행 운영되는 국제 필름 거래 시장으로, 영화의 해외 배급권을 사고파는 비즈니스 공간입니다. 단순한 상영 초청과는 달리, 필름마켓 참가는 해당 작품이 국제 시장에서 상품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출처: 칸 영화제 공식 홈페이지
배우들의 변신과 이 영화를 보는 두 가지 시선
김재중이 박수무당 역을 맡았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저는 솔직히 "이게 캐스팅이 맞나?" 싶었습니다. 그동안의 이미지가 워낙 세련되고 부드러운 쪽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런 파격적인 이미지 반전이 오히려 관객의 시선을 잡아당기는 데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배우가 기존 페르소나(persona)를 완전히 벗어던질 때 관객이 느끼는 이질감 자체가 공포 연출의 일부로 작동할 수 있거든요. 여기서 페르소나란 배우나 아티스트가 대중에게 오랫동안 쌓아온 이미지나 정체성을 뜻합니다. 박수무당이라는 캐릭터가 흔드는 방울 소리가 어떤 낯선 감각을 자아낼지, 제 경험상 이런 반전 캐스팅이 잘 맞아떨어질 때의 만족감은 상당히 크습니다.
함께 출연하는 공성하 배우는 기괴한 현상의 한가운데에 놓인 인물 '유미'를 맡았습니다.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에서 보여준 차분하면서도 묘한 공기가 공포 영화라는 장르에서 어떻게 증폭될지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관전 포인트입니다. 고훈정 배우가 연기하는 목사 '한주'는 무당과 대척점에 선 인물입니다. 무당과 목사라는 조합 자체가 한국 사회에서의 종교적 갈등 구도를 품고 있어, 단순한 공포를 넘어 서사의 긴장감을 더해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저는 이 영화에 대해 완전히 낙관적이지만은 않습니다. 설정이 독특하다고 해서 이야기가 탄탄한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한국 무속과 일본 신사 문화를 결합하는 과정에서 각 문화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뒷받침되지 않고 자극적인 공포 장면에만 집중한다면, 소재만 신선한 채로 끝날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내러티브 구조(narrative structure), 즉 이야기가 시작부터 끝까지 인과 관계를 갖추고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방식이 부실하면 아무리 공간이 압도적이어도 관객의 몰입은 금방 끊깁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실제 관람 후에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여지를 두고 싶습니다.
공포 영화의 완성도를 가늠하는 요소를 따져보면 공간 연출, 서사 설득력, 캐릭터 서사 세 가지가 고루 받쳐줄 때 비로소 오래 남는 작품이 됩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장르 영화의 완성도를 다각도로 심사하는 기준으로 국내에서 공신력이 높습니다출처: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이 영화가 두 개 이상의 국제 영화 행사에서 소개됐다는 사실이 최소한의 완성도에 대한 신호는 된다고 봅니다.
결국 「신사: 악귀의 속삭임」이 단순한 화제성을 넘어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되려면 설정의 참신함보다 이야기의 설득력이 더 중요합니다. 제가 원하는 건 극장에서 나온 뒤에도 등 뒤가 서늘해지는 감각, 그 찝찝한 여운입니다. 올여름 오컬트 영화를 한 편만 고른다면, 저는 일단 이 작품에 기대를 걸어볼 생각입니다. 6월 17일 이후에 직접 확인하고 다시 후기를 적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