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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무싸 시청률 (혹평, 무가치함, 위로)

by tjsgml840716 2026. 5. 19.

    [ 목차 ]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구교환 고윤정 배우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구교환 고윤정 배우

 

솔직히 저도 처음엔 이 드라마를 끊을까 생각했습니다. 초반부터 "기괴하다", "몰입이 깨진다"는 반응이 쏟아졌고, 저 역시 고개를 갸웃하던 순간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10회 기준 전국 4.3%, 수도권 5.1%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 욕하면서도 끝까지 보게 만드는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이하 모자무싸) 이야기입니다.

혹평 속에서도 시청자가 떠나지 않은 이유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 드라마의 첫인상은 분명히 불편했습니다. 특히 9회에서 변은아(고윤정 분)가 황동만(구교환 분)을 품 안으로 끌어안는 장면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정말 말이 많았습니다. "저게 말이 되냐", "몰입도 깨진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고, 저도 처음엔 그 장면이 과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그게 오히려 이 드라마의 핵심이었습니다. 드라마 연출에서 말하는 카타르시스(catharsis)란 쌓인 감정이 폭발적으로 해소되는 순간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시청자가 인물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대리 경험하면서 공감과 해소를 동시에 얻는 구조입니다. 모자무싸는 그 카타르시스를 '예쁘게' 주지 않습니다. 가장 초라하고, 가장 이해 안 되는 방식으로 인물들이 서로를 붙잡는 장면을 보여주죠.

 

저는 그 장면을 보면서 "아, 저 사람 정말 살고 싶구나"라는 감정이 먼저 들었습니다. 현실에서도 무너지는 사람은 꼭 멋있게 무너지지 않잖아요. 아이들 키우면서 경제적 압박까지 겹쳤던 시절, 저도 가장 초라한 방식으로 주변 사람에게 기댔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장면이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던 이유가 거기 있었습니다.

 

이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층의 공감대도 생각해볼 만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민여가활동조사에 따르면, TV 드라마를 주기적으로 시청하는 성인의 절반 이상이 "일상 스트레스 해소"를 주된 시청 이유로 꼽았습니다(출처: 문화체육관광부). 단순히 재미가 아니라 감정의 출구로 드라마를 선택하는 시대라는 뜻입니다. 모자무싸가 혹평 속에서도 꾸준히 시청률을 끌어올린 데는 그런 배경도 작용했을 겁니다.

무가치함이라는 감정을 다루는 방식

10회에서 황동만이 노강식(성동일 분)을 섭외하는 장면은 제가 이 드라마를 계속 보게 만든 결정적인 장면이었습니다. "인생 스토리가 구린데 돈만 많으면 뭐하냐"는 대사는 단순한 도발이 아니라, 제 귀에는 자기 자신에게 던지는 말처럼 들렸습니다. 성공했지만 공허한 사람과, 실패했지만 끝까지 살아보려는 사람이 장례식장에서 마주 앉는 장면이 묘하게 먹먹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감정 상태를 임포스터 신드롬(imposter syndrome)이라고 부릅니다. 임포스터 신드롬이란 어느 정도 성취를 이뤘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가짜이거나 부족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지속적으로 갖는 심리 현상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겉으로는 성공해 보여도 속에서는 끊임없이 "나는 이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끼는 상태입니다. 노강식이라는 캐릭터는 그 전형을 보여주고, 황동만의 도발이 그 감정의 핵심을 찌른 셈입니다.

 

저 역시 한때 매일 "이렇게 버티는 게 의미가 있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남들은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 같은데 저만 뒤처진 느낌이 들었고, 웃으면서도 속은 늘 무너져 있었습니다. 황동만이 철없어 보이고 현실 감각도 없어 보이지만 계속 눈길이 가는 이유는, 그 안에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처절함이 있기 때문입니다.

 

형 황진만(박해준 분)이 평생 쌓아온 논문과 책들을 정리하는 장면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위로 황동만의 내레이션이 흐릅니다. "어차피 다 사라지는데. 근데 왜 우린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처럼 이렇게 힘들게 사는 걸까." 저는 이 대사가 이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는 문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드라마에서 주목할 만한 서사 구조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황동만: 외적 실패와 내적 처절함의 공존. 세상의 시선과 싸우면서도 끝까지 자기 이야기를 밀어붙이는 인물
  • 노강식: 외적 성공과 내적 공허함의 대비. 인정받았지만 의미를 잃은 사람
  • 변은아: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면서 욕망과 두려움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
  • 황진만: 평생의 업적을 내려놓음으로써 무가치함과 화해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인물

드라마가 던진 위로, 그리고 남은 아쉬움

장미란(한선화 분)이 황진만의 시를 읽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제 경험상 이 드라마에서 가장 조용하면서도 오래 남는 장면이었습니다. 상처 많은 사람일수록 누군가 자기 마음을 알아봐 주길 바라잖아요. 황진만의 시 제목이 '어딘가 묻어 있는 잘못'이라는 것도 의미심장합니다. 장미란에게 그 시는 단순한 문학이 아니라 "당신 잘못만은 아니다"라고 말해주는 위로처럼 느껴졌을 겁니다.

 

드라마에서 이런 감정 전달의 핵심 도구는 서브텍스트(subtext)입니다. 서브텍스트란 대사나 행동의 표면 아래에 숨겨진 진짜 감정과 의미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하자"라는 한 마디에 노강식의 공허함과 황동만에 대한 인정이 동시에 담겨 있는 것처럼,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게 만드는 연출 기법입니다. 모자무싸는 이 서브텍스트를 상당히 집요하게 활용하는 드라마입니다.

 

다만 제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이 드라마가 완벽하게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9회의 문제적 장면처럼 상징적 의도는 이해하면서도 시청자 입장에서 너무 갑작스럽고 과한 연출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자극적인 전개에 익숙한 시청자들에게 이 드라마의 느린 감정선이 답답하게 읽히는 것도 당연한 반응입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드라마 트렌드 분석에 따르면, 최근 OTT 중심으로 소비되는 드라마는 빠른 호흡과 자극적 전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그런 흐름에서 모자무싸의 방식은 분명히 낯설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이 드라마를 보면서 한 가지를 다시 느꼈습니다. 사람은 완벽해서 살아가는 게 아니라, 무너져도 다시 일어나려고 하기 때문에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지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이 드라마가 이상한 방식으로 위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욕하면서도 끝까지 보게 되는 드라마라면, 그 자체가 이미 성공한 셈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