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선택 기준에서 가장 흔히 보는 것이 '평점'입니다. 하지만 때때로, 평점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깊이와 감성을 지닌 작품들이 존재합니다. 오늘 소개할 영화는 바로 그런 작품, 『애프터양 (After Yang, 2021)』입니다.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솔직히 당황스러웠습니다. 줄거리도 느리고, 대사도 많지 않으며, 전개는 아주 차분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이 영화가 던지는 철학적 질문과 감정의 결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습니다.
줄거리: 인공지능, 가족, 그리고 기억
가까운 미래, 한 가족은 입양한 중국계 딸을 위해 구입한 안드로이드 ‘양’을 함께 살아가는 가족 구성원으로 맞이합니다. 어느 날 양이 갑자기 작동을 멈추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주인공은 양을 고치려는 과정에서, 그가 남긴 기억 데이터를 발견하고, 그를 단순한 기계로만 봤던 자신들의 시선이 얼마나 제한적이었는지를 깨닫게 됩니다. 영화는 기억의 의미, 존재의 본질, 그리고 진짜 가족이란 무엇인가를 조용히 묻습니다.
서정적인 SF, 느림의 미학
『애프터양』은 화려한 CG나 액션 없이도 깊은 울림을 주는 SF 영화입니다. 조용한 배경음악, 미니멀한 대사, 감정을 절제한 연기 등이 어우러져 하나의 명상 같은 영화적 체험을 선사합니다.
관람 포인트
- 기계와 인간 사이의 경계에 대한 철학적 질문
- 기억의 기록을 통해 인물을 되짚는 독특한 플롯
- 콜린 파렐의 절제된 연기와 몰입감 있는 분위기
- ‘삶과 죽음’이라는 주제를 담담하게 그려낸 서사
개인적인 감상: ‘느린 영화’가 주는 깊은 감정
이 영화를 보고 난 뒤, 마음이 한동안 조용했습니다. 요즘처럼 자극적인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에, 이렇게 ‘생각할 여백’을 주는 영화는 드물기 때문입니다.
양이 남긴 기억을 하나하나 따라가며, 관객은 자연스럽게 자신만의 기억과 감정을 꺼내보게 됩니다. 과연 우리는 누군가의 인생에 어떤 흔적을 남기고 있는가? 나도 누군가의 '기억'으로 존재하는가? 이런 질문들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왜 ‘평점 낮은 명작’인가?
이 영화는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리는 스타일입니다. 전개가 매우 느리고, 명확한 결말이나 사건도 없습니다. 그래서 일부 관객들에게는 '지루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스토리의 전형성에 기대지 않고, 감정과 철학으로 승부하는 영화라는 점에서, 분명히 감상할 가치가 있는 작품입니다. 평점만 보고 지나쳤다면, 다시 한 번 도전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마무리하며
『애프터양』은 자극적인 콘텐츠에 지친 당신에게, 조용한 위로를 건네는 영화입니다. 삶의 속도를 잠시 늦추고, 이 영화가 전하는 묵직한 감정의 결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